장기 보유만 하면 전원주처럼 될 수 있을까요? 저도 한때 그렇게 믿었습니다. SK하이닉스를 들고 있다가 팔았고, 그 돈으로 누군가 추천해 준 종목을 샀습니다. 결과는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전원주 매매법이 다시 화제인 요즘, 제 실패 경험을 꺼내놓고 이 원칙들을 냉정하게 따져봤습니다.

전원주와 SK하이닉스, 그 배경을 먼저 짚어야 합니다
배우 전원주가 2011년 무렵 SK하이닉스 주식을 2만원대에 매수한 뒤 10년 넘게 보유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꽤 알려진 사실입니다. 현재 SK하이닉스 주가가 200만 원을 웃도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추정 자산이 800억 원을 넘는다는 얘기까지 나옵니다. 이 숫자가 워낙 자극적이다 보니, 전원주의 투자 원칙이 '매매법'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시점에서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을 먼저 짚고 싶습니다. 생존자 편향이란, 성공한 사례만 눈에 띄고 실패한 사례는 자연스럽게 가려지는 인지적 오류를 말합니다. 2011년에 비슷한 원칙으로 주식을 사서 10년 넘게 들고 있다가 상장폐지를 맞은 사람의 이야기는 아무도 꺼내지 않습니다. 성공한 사람의 원칙은 '비법'이 되고, 실패한 사람의 원칙은 그냥 묻힙니다.
실제로 한국거래소(KRX) 통계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연간 수십 개의 종목이 상장폐지 또는 거래 정지를 겪습니다(출처: 한국거래소). 같은 기간 장기 보유 전략을 취했더라도 종목에 따라 결과는 극단적으로 갈렸을 것입니다. 전원주가 대단한 이유 중 하나는 원칙이 아니라 종목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핵심 포인트:
- 성공한 투자자의 원칙만 부각되는 생존자 편향을 항상 경계해야 합니다
- 장기 보유 전략이 빛을 발하려면 살아남고 성장하는 기업이 전제입니다
- 같은 시기 같은 원칙으로 투자했어도 종목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7가지 원칙, 어디서 막히는지가 진짜 문제입니다
전원주 매매법으로 알려진 7가지 원칙을 보면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워런 버핏도, 피터 린치도 거의 같은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 원칙들을 알면서도 전부 어겼습니다. "엘리베이터 타고 한 번에 올라갈 욕심을 가지면 망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조금 오른 주식을 팔고 더 빠르게 오를 종목을 찾아 헤맸습니다.
원칙 중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습니다. 전원주는 기업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기업 실사(Due Diligence)를 실천했습니다. 기업 실사란 투자 전에 재무 상태, 경영진의 태도, 사업 모델 등을 직접 검토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주주총회에 참석하거나 회사를 직접 찾아가 직원들의 분위기를 살폈다는 것인데, 이건 일반 개인 투자자가 흉내 내기 어려운 수준의 관여도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현실과 거리가 있는 원칙이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원칙이 분산 투자(Portfolio Diversification)입니다. 분산 투자란 특정 자산에 자금을 집중하지 않고 주식, 금, 부동산 등 여러 자산군에 나눠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을 뜻합니다. 전원주가 주식뿐 아니라 금과 부동산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일반 투자자에게 꾸준히 강조하는 원칙이기도 합니다(출처: 금융위원회).
그리고 여윳돈 투자 원칙. 투자 때문에 생활이 흔들리면 장기 보유 자체가 불가능해집니다. 레버리지(Leverage), 즉 빚을 내어 투자 규모를 키우는 방식은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웁니다. 저는 다행히 이 원칙만큼은 지켜서 생계가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지금 이 글도 못 쓰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 원칙을 지금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문제는 원칙을 아는 것과 실제로 지키는 것 사이의 거리입니다. 주가가 10% 빠졌을 때 버티는 것과 40% 빠졌을 때 버티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전원주가 SK하이닉스를 들고 있는 10년 사이에도 반도체 업황 사이클(Cycle)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 하는 구간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업황 사이클이란 반도체 수요와 공급의 흐름에 따라 업계 전체의 실적과 주가가 주기적으로 오르내리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 흔들림을 견뎌낸 것이 결국 800억이라는 숫자로 이어진 것입니다.
전원주 매매법을 지금 당장 따라 하려면 순서가 있습니다. 원칙을 외우기 전에, 제가 고른 종목이 10년 뒤에도 살아있을 기업인지를 먼저 고민하는 것이 맞습니다. ROE(자기자본이익률)가 꾸준히 10% 이상을 유지하는지, 부채비율은 안전한 수준인지, 해당 산업의 장기 성장 가능성은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ROE란 기업이 주주의 자본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솔직히 저는 이 과정을 건너뛰고 원칙만 외웠습니다. 결국 좋지 않은 종목을 오래 들고 있는 것은 장기 투자가 아니라 그냥 손절을 못 하는 것일 뿐입니다. 이번엔 다르게 접근해 보려 합니다.
전원주 매매법은 분명 배울 것이 있습니다. 다만 이 원칙들이 빛을 발하는 전제 조건, 즉 살아남는 기업을 먼저 고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원칙 자체보다 종목 선택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것이 순서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