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날이면 잠깐 두꺼워지는 통장 잔고를 보며 "이번 달엔 좀 모아봐야지" 다짐한 적, 한 번쯤은 있으실 겁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막상 카드값, 공과금, 식비를 정산하고 나면 어느새 잔고는 원점이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왜 남는 게 없을까, 그 막막한 질문을 안고 손에 든 책이 김나연 작가의 『최소한의 1억 습관』이었습니다.

종잣돈을 만들기 전에 먼저 손봐야 할 것들
재테크 책이라고 하면 거창한 주식 분석이나 부동산 레버리지 이야기부터 나올 거라 지레 겁먹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런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시작부터 달랐습니다. "재테크는 원래 적은 돈으로 하는 것"이라는 문장이 첫 장부터 등장하는데, 돈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한다는 저의 오랜 핑계가 순식간에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이 가장 먼저 권하는 것은 통장 쪼개기입니다. 통장 쪼개기란 급여 계좌 하나에 모든 돈을 뒤섞어두지 않고 소비, 저축, 비상금 등 목적별로 계좌를 분리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단순해 보이지만 이 방식은 지출 흐름을 눈에 보이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충동 소비를 억제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입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처음 한 달은 불편하게 느껴지다가 두 달째부터는 오히려 돈의 흐름이 명확히 보여서 불필요한 지출을 확 줄일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 앱테크도 함께 언급됩니다. 앱테크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출석 체크, 광고 시청, 설문 참여 등 간단한 활동으로 소액의 포인트나 현금을 적립하는 재테크 방식입니다. 금액 자체는 작지만 습관적으로 돈을 의식하게 만드는 훈련이 된다는 점에서, 재테크 초보자에게는 진입 장벽을 낮추는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 습관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목적별 통장 쪼개기로 소비·저축·비상금 분리 관리
- 앱테크로 소액 적립 습관 형성
- 자신의 소비 패턴에 맞는 카드 선택 전략 수립
- 예적금 만기 분산으로 유동성 확보
절세전략, 알고 있다고 잘 쓰고 있는 건 아닙니다
솔직히 이 부분이 제게는 가장 뼈아팠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나 지역 화폐 같은 절세전략은 이미 어디선가 들어봤던 내용이었거든요.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알고는 있었는데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란 본인의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세액공제와 함께 지역 특산품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세액공제(稅額控除)란 납부해야 할 세금 자체를 직접 줄여주는 방식으로, 소득에서 일정 금액을 빼주는 소득공제와는 효과가 다릅니다. 세액공제는 납세자에게 훨씬 직접적인 절세 효과를 제공합니다. 10만 원 이하 기부 시 전액 세액공제에 답례품까지 받을 수 있으니, 제가 직접 활용해 보니 실질적으로 '공짜 선물'을 받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지역 화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지역 화폐란 특정 지방자치단체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 한정 결제 수단으로, 구매 시 일정 비율의 할인이나 캐시백 혜택이 제공됩니다. 정부 및 지자체 지원 규모에 따라 혜택이 달라지지만, 2025년 기준으로도 다수 지자체에서 5~10% 수준의 구매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출처: 행정안전부). 저는 그동안 생활비 결제를 카드에만 의존하고 있었는데, 이 챕터를 읽고 나서 당장 다음 달 생활비부터 지역 화폐 비중을 늘려야겠다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이런 건 이미 다 알려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 사이의 간격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봅니다. 책이 이 간격을 좁혀주는 역할을 충실히 합니다.
재테크기초 없이 투자 수익률만 쫓는 것의 위험성
요즘 코스피 8,000 시대 이야기가 나올 만큼 투자 시장 분위기가 뜨겁습니다. 화려한 수익률 인증이 SNS에 넘쳐나고, 빨리 종잣돈을 불려야 한다는 조급함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장세일수록 오히려 재테크기초를 더 단단히 다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2023년 금융감독원의 금융이해력(금융 리터러시) 조사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금융이해력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66.5점에 그쳤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금융 리터러시(Financial Literacy)란 금융 상품과 시장의 구조, 위험과 수익의 관계 등을 이해하고 합리적인 금융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뜻합니다. 이 점수는 투자에 뛰어들기 전에 기본기를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시각도 바로 이 지점입니다. 저축률(저축액 ÷ 소득)을 먼저 끌어올리고, 비상예비자금을 확보한 뒤에 투자로 나아가라는 흐름은 화려하지 않지만 틀리지 않습니다. 저축률이란 벌어들인 소득 중 저축으로 남기는 비율을 말하며, 이 수치가 낮으면 수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투자 원금 자체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솔직히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1억"이라는 목표가 지금 시대에 얼마나 유효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1억을 종잣돈의 완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수도권 전셋값이 이미 수억을 넘나드는 2026년 현실에서 1억은 종잣돈의 완성이 아니라 시작점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이 동기부여 측면에서는 훌륭하지만, 1억을 달성한 뒤 그다음 단계를 어떻게 채워갈지는 독자 스스로가 고민해야 할 숙제로 남습니다.
결국 이 책의 진짜 가치는 화려한 투자 비법이 아니라, 돈을 다루는 태도를 바꿔주는 데 있습니다. 통장을 나누고, 세금을 아끼고, 소비를 의식하는 작은 습관들이 쌓여야 비로소 투자를 얹을 뼈대가 생깁니다. 텅 빈 통장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분이라면, 거창한 투자 전략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소소한 기초부터 하나씩 점검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독서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금융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