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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저는 퇴직연금 계좌를 몇 년째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습니다. 회사가 알아서 넣어주고, 은행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 있겠거니 했던 거죠. 그런데 '퇴직연금 기금화'라는 단어가 뉴스에 자주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제 퇴직연금이 지금 어디에, 어떻게 묶여 있는지를 확인해 봤습니다. 현재 국내 퇴직연금 전체 규모는 500조 원을 넘어섰고, 그중 75%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서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원리금보장형에 75%가 묶여 있다는 게 진짜 '안전'한 걸까

    원리금보장형이란 예금이나 보험 같은 상품에 가입해 원금과 약정 이자를 보장받는 방식입니다. 쉽게 말해, 주식처럼 원금이 날아갈 위험이 없는 대신 수익률도 낮다는 의미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제가 실제로 확인해봤을 때, 원리금보장형 상품의 평균 수익률은 연 23%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22년~2023년 기준 연 5~6%대까지 치솟은 시기도 있었습니다. CPI란 소비자가 일상에서 구매하는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얼마나 올랐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보다 투자 수익률이 낮으면 실질적으로는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제가 경험상 느끼기에, 퇴직연금을 '그냥 두면 안전하다'고 믿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절반만 맞는 말입니다. 명목상 원금은 유지되지만, 10년 후 그 돈의 실질 구매력은 지금보다 훨씬 떨어져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가만히 있는 것 자체가 리스크인 셈입니다.

    이 때문에 정부가 추진하는 것이 바로 기금형 퇴직연금입니다. 기금형 퇴직연금이란 회사별·개인별로 분산되어 있던 퇴직연금 자산을 하나의 큰 기금으로 통합해 전문 운용기관이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이 상품을 직접 선택하는 확정기여형(DC형)과 달리, 운용의 전문성과 규모의 경제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확정기여형(DC형)이란 회사가 일정 금액을 납입하되, 운용 결과에 따라 수령액이 달라지는 퇴직연금 유형입니다.

    실제 유사한 사례로 미국의 401(k)를 보면 흐름이 보입니다. 401(k)란 미국의 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로, 근로자가 급여의 일부를 세전으로 납입해 주식·채권·ETF 등에 장기 투자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 제도 덕분에 미국에서는 퇴직연금이 S&P500 같은 지수 펀드에 꾸준히 유입되고, 이것이 미국 증시의 장기 우상향을 지지하는 구조적 배경 중 하나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기금화 이후 실제로 주식에 유입될 수 있는 금액은 500조 원 전부가 아닙니다. 제가 확인한 바로는,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과 유사한 수준인 약 30%, 즉 최대 150조 원 정도가 국내 증시로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현재 국민연금 기금 규모가 약 1,100조 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출처: 국민연금공단), 150조 원이라는 추가 유입은 국내 증시 수급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숫자입니다.

    퇴직연금 기금화와 관련한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현재 퇴직연금 500조 원 중 75%가 원리금보장형 저수익 상품에 집중
    • 기금화 이후 최대 150조 원이 주식·ETF 등 위험자산으로 유입 가능
    • 전문기관의 분산투자 포트폴리오로 운용되므로 전액 주식 투자는 아님
    • 개인 의사에 따른 선택 옵션도 제도 설계에 포함될 것으로 논의 중

    코스피 전망, 호재라고만 보기엔 살펴볼 게 있습니다

    150조 원이 코스피에 유입된다면 당연히 호재처럼 들립니다. 실제로 올해 코스피가 9,000선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경신하는 흐름 속에서, 내년 기금화 본격 시행이 추가 상승 모멘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모멘텀이란 주가가 일정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세를 강화하는 힘 또는 촉매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지점에서 좀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게 됐습니다. 대규모 장기 자금 유입이 반드시 지수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특정 우량주나 대형 ETF로 자금이 쏠릴 경우 밸류에이션 왜곡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이란 기업의 내재 가치 대비 현재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 또는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실제 기업 이익보다 주가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결국 거품이 꺼지는 과정에서 큰 충격이 올 수 있습니다.

    제가 더 신경 쓰이는 건 장기적인 매도 압력입니다. 퇴직연금은 결국 근로자가 은퇴하면 지급해야 하는 자금입니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퇴직연금 지급 시기가 맞물리면, 기금이 보유한 주식을 대거 매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는 일본 공적연금(GPIF)이 과거 매도 시기마다 시장에 충격을 준 사례에서도 이미 확인된 바 있습니다.

    물론 이런 우려가 기금화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아닙니다. 금융감독원 통계를 보면, 지난 10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 대비 훨씬 높았습니다(출처: 금융감독원). 10년, 20년 단위로 보면 위험자산 비중을 적절히 가져가는 것이 실질 구매력 보전에 훨씬 유리하다는 데이터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다만 제가 경험상 느끼는 건, 수익률 기대치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단기 변동성에 당황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점입니다. 퇴직연금은 노후 자산인 만큼 운용 성과만큼이나 리스크 구조, 즉 포트폴리오 내 채권 비중, 주식 비중, 유동성 확보 여부를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이번 기금화 논의에서 제가 가장 주목하는 건 '강제성'이 아닌 '선택 가능성'입니다. 개인이 원금보장형을 원한다면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좀 더 공격적인 운용을 원한다면 그 옵션도 열려 있어야 합니다. 제도 설계 과정에서 이 부분이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장되느냐가 기금화의 성패를 가를 핵심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퇴직연금은 결국 내가 은퇴 후 쓸 돈입니다. 전문가가 알아서 굴려주겠거니 방치하는 것도, 주식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모두 최선의 선택은 아닐 수 있습니다. 이번 기금화 논의를 계기로 내 퇴직연금 계좌가 지금 어떤 상품에 얼마나 투자되어 있는지, 한 번쯤 직접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 저도 이번에 처음 들여다보고 나서야 비로소 뭔가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으니까요.

     

     

    퇴직연금 기금화, 내 계좌는 지금 어떻게 바뀌나

     

    사실 기금화 논의에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내 퇴직연금 유형이 무엇이냐'에 따라 기금화의 영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현재 퇴직연금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는 확정급여형(DB형),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는 확정기여형(DC형), 그리고 이직이나 퇴직 시 자금을 옮겨두는 개인형퇴직연금(IRP)입니다. 이번 기금화 논의는 주로 DB형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DB형은 회사가 운용 주체이기 때문에, 기금화가 도입되면 회사 단위로 흩어진 자산을 하나의 기금으로 통합해 전문기관이 운용하는 구조로 전환됩니다.

    반면 DC형이나 IRP를 가진 분들은 이미 본인이 직접 상품을 선택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이 경우 기금화의 직접적인 영향권 밖에 있을 수 있지만, 제도 변화에 따라 선택 가능한 상품군이 넓어지거나 수수료 구조가 바뀌는 간접적인 변화는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이번에 직접 확인해보니, 저는 DC형으로 운용 중이었고 대부분이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었습니다. 기금화와 별개로, 지금 당장 제가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도 충분히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기금화가 본격 시행되기 전이라도, 본인의 퇴직연금 유형을 먼저 확인하고 현재 어떤 상품에 투자되고 있는지 점검해 보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제도가 바뀌기를 기다리기 전에, 내가 먼저 내 계좌를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참고: https://blog.naver.com/yahoyaho08/2243227569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