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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8일 미국 증시에서 인텔이 하루 만에 11% 넘게 급등했습니다. 구글 TPU 생산 위탁 가능성 때문이었는데, 저는 이 소식을 읽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확정도 아닌 기대감 하나에 시장이 이렇게 반응한다는 게 실감이 났기 때문입니다.

인텔 11% 급등, 기대감이 주가를 먼저 움직인다
요즘 미국 증시 마감 정리를 습관처럼 찾아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숫자만 훑다가, 어느 순간부터 왜 오르고 왜 내렸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날도 별생각 없이 정리 글을 열었다가 인텔 주가 앞에서 눈이 딱 멈췄습니다.
이날 인텔은 110.27달러로 마감하며 11.19% 올랐습니다. 배경은 구글이 AI 연산용 반도체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생산을 인텔에 맡길 수 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여기서 TPU란 구글이 자사의 AI 모델 학습과 추론에 특화해 직접 설계한 맞춤형 반도체를 말합니다. 범용 GPU와 달리 특정 연산에 최적화되어 있어 처리 효율이 높습니다. 모건스탠리는 구글이 2027년부터 2028년까지 600만 개 이상의 TPU를 필요로 할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출처: 모건스탠리).
솔직히 저는 인텔을 그냥 오래된 CPU 회사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파운드리 사업에 수년간 투자해 왔다는 내용을 읽고 나서야 이 급등이 단순한 호재가 아니라는 걸 느꼈습니다. 파운드리(Foundry)란 반도체 설계는 하지 않고 다른 기업이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제조해 주는 사업 방식을 뜻합니다. TSMC가 대표적인 파운드리 기업인데, 최근 TSMC의 첨단 패키징과 웨이퍼 생산라인이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면서 인텔이 대체 공급처로 주목받고 있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다만 제 경험상, 이런 기대감 상승이 가장 조심해야 하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이번 TPU 이슈는 2028년 생산 목표이고, 아직 확정 발주가 아닙니다. 기대가 어긋났을 때 하락 속도는 상승보다 훨씬 가파른 경우가 많았습니다.
애플 WWDC 하락과 세레브라스 18% 급등, 같은 날 다른 이야기
이날 시장에서 제가 두 번째로 눈길이 간 건 애플이었습니다. WWDC(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 즉 애플이 매년 여는 개발자 행사에서 새로운 AI 기능들이 공개됐습니다.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화하는 시리 AI, 제미나이 기반의 에이전트형 애플리케이션, 어린이 계정 신설까지 꽤 다양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애플 주가는 오히려 1.89% 내렸습니다. 처음엔 이상하다 싶었지만, 직접 경험으로 돌아보면 이게 딱 납득이 됐습니다. 기대감이 이미 주가에 선반영 된 상태에서 발표가 예상 수준에 그치면, 매수 이유가 사라지니 매물이 먼저 나옵니다. 주식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정보보다 타이밍이 훨씬 중요하다는 걸 반복해서 느끼는 이유입니다.
반면 AI 반도체 기업 세레브라스(Cerebras)는 같은 날 18.32% 급등했습니다. UBS가 매수 의견과 함께 목표주가를 300달러로 제시한 영향이었습니다. 세레브라스는 웨이퍼 스케일 엔진(Wafer Scale Engine) 기술로 알려져 있습니다. 웨이퍼 스케일 엔진이란 일반적으로 하나의 웨이퍼를 잘라 여러 개의 반도체 칩을 만드는 방식과 달리, 웨이퍼 한 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프로세서로 사용하는 기술입니다. 단일 칩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초고속 연산이 가능해 AI 추론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UBS는 AI 연산 및 추론 시장의 성장에 따라 세레브라스가 2029년 약 110억 달러의 매출을 달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제가 직접 증권사 리포트를 추적해 보면서 느낀 건, 증권사 목표주가 하나가 주가를 이렇게 움직인다는 사실입니다. AI 관련 기업에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이날 반도체 업종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인텔: +11.19% (구글 TPU 파운드리 기대감)
- 마이크론: +9.87%
- 세레브라스: +18.32% (UBS 목표주가 상향)
- AMD: +5.13%
- 브로드컴: +2.82%
- 엔비디아: +1.73%
같은 날 애플(-1.89%), 마이크로소프트(-1.18%), 알파벳(-1.42%)이 내린 것과 대비됩니다. 시장 전체가 오른 게 아니라, AI 인프라와 반도체로 매수세가 집중된 날이었습니다.
스페이스 X IPO, 흥행과 투자 사이의 거리
이날 시장에서 가장 복잡한 마음이 든 이슈는 스페이스 X IPO였습니다. 주당 135달러 수준으로 공모가 진행 중인데, 마감을 앞두고 공모 물량의 두 배가 넘는 청약 수요가 들어왔다고 전해졌습니다.
스페이스 X는 로켓 발사와 스타링크(Starlink) 위성통신 사업만이 아니라 AI 컴퓨팅 자원 공급 분야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구글과도 AI 컴퓨팅 자원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만큼 사업 스토리가 풍부하고 희소성도 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공모 흥행이 곧 상장 후 수익으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생각보다 자주 깨진다는 것을 이미 몇 번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뉴욕대 어스워스 다모다란 교수는 스페이스 X가 제시하는 전체 시장 규모가 실제보다 과도하게 산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출처: NYU Stern School of Business). 또한 일론 머스크의 지배력이 강한 구조에서 투자자가 사업 방향을 제어하기 어렵다는 점도 위험 요인으로 꼽혔습니다.
영화 빅쇼트의 실제 인물인 스티브 아이스먼 역시 소행성 채굴 같은 장기 사업 아이템이 가까운 미래에 현실화되기 어렵다고 봤습니다. 로켓, 위성, 데이터센터처럼 대규모 자본을 계속 투입해야 하는 사업 구조라는 점도 부담 요인입니다. 이런 구조를 캐펙스 집약형(CapEx-intensive) 사업이라 부르는데, 이는 매출이 늘어도 설비와 인프라에 지속적으로 막대한 자본 지출이 필요한 사업 형태를 뜻합니다. 수익성이 개선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습니다.
청약 흥행이 화제가 될수록, 오히려 냉정하게 사업 구조와 밸류에이션을 따져보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식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한 가지가 점점 선명해집니다. 기대감은 빠르게 주가에 반영되지만, 그 기대가 실제 매출과 이익으로 이어지는지 확인하는 데는 훨씬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입니다. 지금 AI 시장은 그 간격이 특히 크게 벌어져 있는 구간처럼 느껴집니다. 당분간은 지수 방향보다 AI 투자에서 실제 수익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어디인지 구분하는 눈을 키우는 데 집중할 생각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나 매도를 권유하는 전문적인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